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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2ch] 공을 든 어린아이

유비소(湯檜曽)의 캠핑장에서 A씨와 몇 명의 동료들이 모닥불을 둘러싸고, 맥주 따위를 마시며 조용한 밤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밤도 늦어져 슬슬 모닥불을 끄고 파장하는 분위기가 되었는데, A씨는 작은 모닥불의 불 기운을 쬐면서 꾸벅꾸벅 조는 게 기분이 좋아 혼자 남아 있게 되었습니다. 주위를 둘러 봐도 작은 여자애가 혼자서 공놀이를 하고 있을 뿐 아주 조용한 밤이었습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니, 아무리 캠프장이라고는 해도 밤 늦게 어린 여자애가 혼자서 놀고 있는 게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잘 보니 어둡고 먼 탓인지 일그러진 실루엣이지만 틀림없이 5~6세쯤 되는 여자아이가 공을 던지고 차고 하면서 놀고 있었습니다. A씨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은 채 다시 눈을 감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고 합니..

[괴담][2ch] 미소 짓는 노인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이야기이다. 아무것도 없는 시골 대학에 다니는 나와 내 대학 친구는 밤낚시가 취미였다. 우리가 다니던 대학은 큰 어항(漁港)이 있는 동해 쪽 지방도시에 있었기 때문에 낚시를 할 만한 곳은 차고 넘쳤다. 그날 밤 나는 볼락을 잡으려고 친구랑 같이 항구로 나갔다. 그리고 항구 입구 부근의 테트라포드 사이를 노려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밤의 항구는 몹시 조용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 어부들은 어두워지기 전에 항구에서 사라져 버린다. 파도가 테트라포드에 부딪쳐 부서지는 소리만이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낚시에 집중한 채 루어의 움직임을 쫓고 있던 나는 옆에서 갑자기 누가 이쪽을 들여다봐서 상당히 놀랐다. 웬 작고 깡마른 노인이 내 옆에 갑자기 나타났던 것이다. '아니, 혹시 얼마 전부터..

[괴담][2ch]장작 줍기

후쿠이에 있는 제 고향 마을 이야기입니다. "우리 마을에서는 먼 옛날부터 '장작 줍기' 라는 기묘한 행동이 밤마다 일어난단다." 는 이야기를 할아버지한테 들었습니다. 저희 마을에선 "불조심 불조심, 성냥 한 개비도 화재의 원인." 이라고 하면서, 당번제로 교대해 가면서 '딱 딱' 하고 나무막대기 두 개를 두드리며 마을을 천천히 순회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 소리가 들리면 "수고 많으십니다." 라고 한 마디씩 건넵니다. 이런 일련의 행동이 매일 반복되는 우리 마을의 풍습입니다. "게을리했다간 장작 줍기에 끼게 된단다. 꼭 하거라." 라는 말을 저는 할아버지한테 자주 들었습니다. 제가 귀찮아하는 기색을 보이면 막무가내로 화를 내시며 억지로 시키셨습니다. 할아버지가 40대 시절 이 풍습이 폐지될 뻔한 적이 있..

[괴담][2ch]이웃사촌

결국 미수로 끝나긴 했지만 지금껏 가장 무서웠던 경험. 쓸데없이 추측이 많지만 좀만 참아 줘. 초등학교 3학년 때쯤, 나는 일정 기간 아파트에서 살았었어. 할아버지가 물려 주시는 집을 리모델링인가 뭔가 한다고 해서, 기간으로 따지자면 약 반 년 안팎이었으려나. 낡고 곰팡내 나는 아파트였지만, 집 근처인데다 가격이 싸기도 해서 여기로 정했다고 해. 그리고 가격이 싸니 당연히 입주자도 그럭저럭 많아서, 내가 살던 집의 양 옆집에도 입주자가 있었다고 기억하고 있어. 한 쪽은 마음씨가 좋아 보이는 노부부가 살고 계셨고, 다른 한 쪽은 땅딸막하고 음침한 남자와 그 어머니로 보이는 아주머니 두 사람이 살고 있었어. 이 남자를 가칭 A라고 부르기로 할게. 아주머니 쪽은 아침에 "안녕히 다녀오렴." 하고 말을 걸어 주..

[괴담][2ch]정체 모를 것

바로 2달 전쯤 새 집으로 이사를 왔는데, 여기서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됐다. 새 집은 현관이랑 거실이 문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 문에는 커다란 불투명 유리가 달려 있다. 딱 성인 남성 키 정도의 높이까지 유리로 되어 있다. 새 집으로 이사오고 얼마 지나서, 나는 밤중에 갑자기 엄청난 소리가 들려 눈을 떴다. 쾅. 쾅. 쾅.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 불투명 유리가 깨질 듯한 기세였다. '누군가 침입하려는 건가?'하고 생각하고 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었다. 현관은 잠겨 있었고, 나는 문단속을 확인한 후 문을 닫았다. 그러자, 그 문 너머에서 신음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오여우오 이어…오여우오 이어…오여우오 이어어…" 쾅. 쾅. 쾅. '우와, 근처에 민폐니까 작작 좀 하지.' 라고 솔직히 생각했다. 문을..

[괴담][2ch]절에 있는 우물

우리 회사는 좀 악질인 구석이 있어서, 단합이 목적인지 정신수행이 목적인지, 매년 신입사원들을 데리고 등산이나 캠핑을 하곤 한다. 올해는 어느 산 속의 절에서 수행을 하는 쪽으로 계획이 잡혀버렸다. 매년마다 사장과 더불어 기존 사원 중 인솔자가 한 명 같이 가는데, 하필 올해는 사장이 갑작스러운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내가 인솔자로 혼자 동행하게 되었다. A, B, C라는 신입 3명을 데리고 신세를 지게 될 절에 가자, 주지스님과 S 스님, O 스님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주지스님은 항상 미소를 띄고 있어, 무척 상냥한 사람인 것처럼 보였다. 매일 아침 4시 반에 일어나 청소를 하고, 좌선과 독경을 하는 일정으로 사흘간 이 절에 묵게 된다. 첫날 밤, 신입 두 명이 큰 소리를 질렀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달려..

[괴담][2ch] 자살자 시신 회수

유명한 관광지 A시의 소방서에서 근무하다 정년 퇴직하신 삼촌께 들은 이야기입니다. 삼촌께선 시내의 유명한 자살 명소 N가우라(니시키가우라로 추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있을 때마다 차출을 나가시며, 몇 년 동안 시신 회수를 하셨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싫었지만 몇 년동안 일하는 새에 시체에도 익숙해져서 완전 태연해지셨다고 합니다. 전혀 동요하지 않게 된 삼촌께선 N가우라에서 자살사건이 발생하면 반드시 차출을 나가게 돼 버렸지요. 그런 삼촌께서 딱 하나,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이 있었다고 저에게 말씀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우연히 집 안에 아무도 없이 삼촌 혼자 주무시고 계시는데 현관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현관에 가 봐도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 시간이 조금 지나서..

[괴담][무진기담] 이 또한 지나가리라

부서져버려라. 이런 곳 같은 건 부서지는 편이 좋다. 산산이 조각나서 그 흔적마저 찾을 수 없게끔 철저히 망가뜨릴 것이다. 이곳에 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백색소음과도 같이 머리속 한 모퉁이에 틀어박혀 끊임없이 내게 저주와 절망을 토해냈다. 피 끓는 외침은 아니었지만, 정맥을 은근히 달이는 욕설이었다. 이 도시의 하늘은 늘 찌푸린 회색과 백색의 안개 뿐이었다. 이 안개는 사람을 미치게 한다. 런던도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가 본 적은 없어도 분명 그럴 것이다. 그들의 햇빛을 가린 건 구름이지 안개가 아니기에, 언젠가 분명히 햇살을 볼 수 있을거란 희망이 있다. 이 곳에는 그것이 없었다. 이 곳은, 이 곳은 어느 때에 와도 똑같았다. 아아. 안개는 느릿하게 반복되는 드럼의 박자처럼 사람의 정신을 깎아낸..

[괴담][무진기담] 유다의 마을

이제는 벌써 20년도 더 된 이야기다. 때는 바야흐로 1970년, 가발공장으로 꽤나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던 아버지는, 중화학 공업으로의 급속한 체제 전환에 따른 낙오자가 되어 파산했으면 그래도 가오는 살았겠지만, 그저 평범한 사기에 의해 돈도 잃고 공장도 잃고 집도 잃고 빈털터리가 되었다. 부모님은 쪽방으로 쫓겨가 악착같이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며 동시에 빚까지 갚아야 했고, 이제 겨우 열 살을 넘었던 나는 그 생활양식을 유지하기에 거치적거리는 존재일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외할머니댁으로, 남동생은 친할머니댁으로 보내졌다. 외할머니를 그전까지 본 적이 없었던 것은 분명 아닐텐데, 열 살 이전의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린 나는 외할머니가 사는 동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건 외할머..

[괴담][무진기담] 짙은 안개

집 안에는 내가 서있었고, 문 밖에는 짙은 안개만이 떠다녔다. 이상한 일이다. 나는 누군가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때문에 문을 열었지만, 문 밖 어디에도 사람이 보이질 않았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그저 짙은 안개만 끼어있을 뿐이었다. 나는 모처럼 짙은 안개가 낀 날이라 마을 아이들이 장난을 친 것이라 생각하고 별반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나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 작업을 이어갔다. 그렇게 2시간이 지나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 이번에는 분명히 들렸다. 다급한 듯이 강하게 여러번 내리치는 소리가 말이다. 나는 바로 달려가서 문 손잡이를 잡았다. 그때 2시간 전의 일 때문인지 짙은 안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묘한 기시감이 느껴져 잠시 머뭇거렸다. 잠깐의 고민끝에 나는 문 손잡이를 빠르게 돌려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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