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어 142

[괴담][엽호판]청곡리조트 (3)

내가 그 청곡리조트를 가게 된건 터널에서의 악몽을 겪고 난 후였어 아저씨가 말한 루트를 따라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난 그곳은 리조트라 하기엔 규모나 시설면에서 좀 부족함이 있는 그런 곳이었지 처음 들어설 때 왠지 모를 부조화가 느껴지긴 했는데 비성수기고 한밤중이라 적막해서 그런가 싶었어 (그 부조화 중 하나는 멀리 떨어진 계곡 물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 했던 것) 차를 세우고 아저씨와 입구에서 관리인 아저씨를 찾는데 공터 느티나무 아래에 왠 꼬마여자애가 앉아있더군 다가가서 너 지금 몇시인데 여기서 뭐하냐고 물어봤지 자기는 아빠를 기다리는데 물어보니 출장을 가셨고 엄마는 집에 계시다나 가을철에 이런델 놀러와서 무슨 애개씨 버릭 갔나 생각했어 (지금도 기억나는데 정말 예쁜 꼬맹이였다.) 꼬맹이한테 여기..

[괴담][엽호판]저주받은 터널 (2)

인사는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앞서 농장 소무덤사건에도 말했듯 조금의 허구나 왜곡없이 제가 겪은 그대로 써내려가도록 하고요 문체는 전에 쓰던 판의 형식으로 하겠습니다 내가 그 저주받은 농장에서 일을 시작한지 2주일 남짓 됐을 무렵이었지 서울에서 강원도 농장까지 가다보면 터널이 여러개 나오는데 그중에 한 터널에서 겪었던 끔찍한 경험이었어.. 그 문제의 터널은 예전에 잼버리였나 하는 것 때문에 생긴 국도길 터널중에 한곳이었는데 내가 본 그 터널은 안은 다른 터널들보다 등이 많아 더 밝은데 전체적으로 더 어둡고 침침한 느낌이 들었던거 같아 왜 그런고 하니 같이 일하던 형이 말하길 예전에 터널안에서 사고로 불이 났었는데 앞뒤로 사고차에 막혀서 중간에서 타죽었던 사람들이 꽤 많았다고 하더라고 그때 ..

[괴담][엽호판]소무덤 (1)

우선 인사를 하자면 이제 곧 이립 직전에 들어선 서울 거주남입니다 어제 공포얘기글에서 달았던 리플 뒷얘기를 궁금해하는분이 있어 판으로 써올리려고 합니다 청곡리조트... 얘기는 뒤로 미루고 제가 농장에 가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 할까합니다 아무튼 서론은 접고 터널얘기때 하던 문체로 시작하겠습니다 다니던 직장에선 알력으로 퇴사를 하고 시간이 나 받았던 소개팅에선 백수라는 이유로 가차없이 퇴짜를 당하고 갑작스레 돈나갈때는 많아지고.. 여러모로 될일이 없던 제작년 가을이었지 구인광고에서 우연찮게 본 그곳. 월280에 강원도 산중턱 농장에서 먹고자고 하면서 소들을 관리하는 일이었어 집 떠나간다는게 좀 망설였지만 되는일도 없고 착찹한 심경이었던 그때 속세를 떠나 다 잊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자 일을 시작하게 됐지 막..

[괴담][레딧]구덩이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여기로 떨어진 지는 오래됐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얼마나 오래됐냐고? 그건 말하기 힘들다. 이 아래선 시간이 다르게 흘러간다는 것만 말해줄 수 있겠다. 이곳의 시간은 분이나 초에 지배당하지 않고, 변덕스럽게 속도를 계속 바꾼다. 가끔은 끔찍하게도 느리게 기어가는 반면 또 가끔은 너무 빠르게 흘러가 머릿속을 잡음으로 가득 채우곤 한다. 내가 여기로 떨어진 건 아홉 살 때였고, 그건 완전히 갑작스럽고 무서운 경험이었다. 아니, 여전히 무섭다고 말해야겠지. 하지만 난 여기 너무 오래 있다 보니 좀 익숙해진 것 같다. 내가 떨어진 이곳은 여러 곳에서 온 사람들에 의해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내가 들은 바로는 우물, 구멍, 높은 무덤 등으로 불리곤 했다. 더 많은 이름들이 있고 ..

[괴담][레딧]스무고개

게임 20문답을 기억하는가? 20문답은 전통놀이 스무고개의 자동기계 버전이다. 예를 들자면 '삽'같은 정답을 생각하고 20개의 예 아니오 질문을 답한다. 질문에 모두 답하면 게임기가 응답을 바탕으로 정답을 추측한다. 나도 엄마를 도와 봄맞이 청소를 하기 전까지 이 게임기에 대한걸 잊고있었다. 엄마가 뒷마당에서 정원을 정리하는동안 내 동생의 방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정리를 빠르게 마치고 엄마가 하던 일을 대신 할 생각이었다. 안 그러면 엄청난 삽질을 혼자서 다 하실 수 있다고 고집을 피우실테니까. 마지막 상자를 들어올리다가 먼지쌓인 20문답 게임기를 발견했다. 몇년전에 아담과 나는 엄마에게 20문답 게임기를 사달라고 졸랐었다. 공모양의 진홍색 게임기를 바라보자 옛 기억들이 떠올랐다. 옛날에 대한 그리움이 ..

[괴담][레딧]추락자들

거의 십년 전부터 하늘에서 사람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떨어지는 사람들은 입은 옷이 없었고, 항상 나체였고, 항상 뻣뻣하고 어색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처음에는 적은 숫자의 사람들만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에는 수백 수천명의 사람들이 한번에 떨어졌다. 차들이, 집들이, 파괴되었다. 떨어진 사람들에 의해서 고속도로가 가로 막혔다. 조사중에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떨어진건 사람이 맞았으나 어떤 혈액도, 장도, 심지어 심장도 없었다. 그 사람들이 어디서 온건지, 왜 기분나쁜 미소를 띄고 있는것인지 설명할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최근에 가장 충격적인 발견을 한건 코스타리카에 거주하는 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떨어진 시체중 하나가 오래전 죽은 친척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 친척은 오래전 그녀가 10대일때 죽었다..

[괴담][레딧]붉은색 관측(학교의 첫 날)

붉은색 관측(학교의 첫 날) 모두가 학교의 첫 날을 좋아한다. 그렇지 않은가? 새 해, 새 학급, 새 친구. 가능성과 희망으로 가득찬 날이다. 현실의 쓸쓸한 우울함이 즐거움을 망쳐버리기 전까지 많이 즐겨둬야 한다. 하지만 난 다른 이유때문에 학교의 첫 날을 좋아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약간 특별한 능력이 있다. 내가 사람을 볼때면 나는... 그 사람 주변의 아우라 같은걸 볼수있다. 아우라의 색깔은 대략 그 사람이 얼마나 오래 살지에 따라 다르다. 내 또래의 대다수는 진한 초록색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그건 오랜 시간이 남아있다는걸 뜻한다. 꽤 많은 아이들은 아우라에 노랗거나 주황색 기운이 맴도는데 그건 보통 교통사고나 다른 비극을 의미한다. 흔히 말하는 전생에 그들이 겪었던 일이다. 하지만 가장 재미있는건..

[괴담][레딧]짜증나는 이웃

전에 살던 곳은 시내의 작은 건물이었어. 내가 이사한 이유 중 하나는 위층에 사는 짜증나는 이웃이었는데, 과묵하고 이상하게 생긴 남자였었지. 그런데 자정만 되면 위층에서 신경을 건드리는 쿵쿵대는 소리가 자꾸 들리는 거야. 하이힐로 또각거리는 소리 같았는데, 마치 일부러 소리를 작게 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어. 시끄럽지는 않았지만 내 잠을 방해하기에는 충분한 소리였지. 며칠 후, 그 소리의 패턴이 항상 똑같다는 걸 깨달았어. 마치 녹음된 소리처럼. 그렇게 1년 내내 그 소리를 들으며 살았지. 어떤 날에는 밤새도록 그 지랄이었고. 그리고 몇 년 뒤에 딸의 숙제를 도와줄 때가 있었는데, 그 때 모스 부호에 대해서 조금 알게 됐어. 애가 주먹으로 탁자를 콩콩 치는데, 내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거야. 바로 그 패..

[괴담][레딧]새로 구입한 오래된 집

새로 구입한 오래된 집. 내 남자친구와 나는 오래된 집을 샀다. 그는 집을 새로 시공하는걸 담당했다. 예를 들자면 부엌을 주인용 침실로 개조하기 같은거. 나는 그동안 벽지를 제거하고 있었다. 전주인은 모든 벽에 벽지를 발랐다. 심지어 천장까지! 그걸 전부 긁어내는건 끔찍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가장 기분이 좋은건 벽지를 길게 벗겨내는데 성공했을때다. 햇빛에 화상을 입었을 때 껍질을 벗겨내는것같은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지만 난 뭔가 벗겨내는걸 좋아한다. 입술 껍질을 최대한 길게 벗겨내며 논적도 있다. 모든 방의 구석에는 벽지에 사람의 이름과 날짜가 적혀있었다. 그건 엄청난 호기심을 유발했다. 어느날 밤 나는 벽지에 써있던 아무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해봤다. 그런데 그 사람은 실제..

[괴담][레딧]나의 가족

난 8년전에 죽었다. 그다지 비극적이지는 않았다. 특이한 사인인것도 아니었다. 흔하디 흔한 교통사고였다. 나를 친 남자를 원망하고 싶지 않다. 그의 아내가 출산에 임박했었을 뿐이고. 그래서 그가 속도를 내고있었을 뿐이고. 도로에는 블랙아이스가 있었을 뿐이다. 그의 차가 통제력을 잃었고 나는 목숨을 잃었다.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는걸 알고있다. 사실 난 남을 다치게 할수있는 성격이 못된다. 그래서 복수를 하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만약 다른 상황이었어도 난 복수같은건 반대다. 들어봐라. 난 과거에 가족들을 모두 잃었다. 그러면서 몇 없던 친구들과도 연이 끊겼었다. 그래서 내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몇 없었다. 내 상사와 날 죽인 남자의 가족 뿐이었다. 남자의 아내는 새로 태어난 딸을 안고있었다. 난 내..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