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2ch] 미소 짓는 노인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이야기이다.

 

아무것도 없는 시골 대학에 다니는 나와 내 대학 친구는 밤낚시가 취미였다.　

 

우리가 다니던 대학은 큰 어항(漁港)이 있는 동해 쪽 지방도시에 있었기 때문에 낚시를 할 만한 곳은 차고 넘쳤다.

 

그날 밤 나는 볼락을 잡으려고 친구랑 같이 항구로 나갔다.　

 

그리고 항구 입구 부근의 테트라포드 사이를 노려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밤의 항구는 몹시 조용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 어부들은 어두워지기 전에 항구에서 사라져 버린다.

　

파도가 테트라포드에 부딪쳐 부서지는 소리만이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낚시에 집중한 채 루어의 움직임을 쫓고 있던 나는 옆에서 갑자기 누가 이쪽을 들여다봐서 상당히 놀랐다. 

 

웬 작고 깡마른 노인이 내 옆에 갑자기 나타났던 것이다.

 

'아니, 혹시 얼마 전부터 있었는데 내가 눈치를 못 챈 건가? 그건 그렇고 이 할아버지 태도가 좀 무례한데.'

 

그렇게 생각하며 의아해하는 새에도 노인은 시종일관 웃는 얼굴 그대로였다. 어항에 설치된 가로등 불이 짙은 그림자를 만들어내며 노인의 얼굴을 비춘다.

 

침묵의 긴장감을 견딜 수 없었던 나는 "산책 나오셨나요?"하고 물었다.

　

노인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표정은 웃는 채였다. 나는 조금 오싹해졌다.

 

'혹시 이 할아버지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인가? 치매? 그럼 그냥 가만 놔둬야겠다.'

 

나는 이번에는 노인을 무시한 채 발치에 루어를 내리고 낚시를 계속했다.

 

잠시 그러다 보니 노인은 어디론가 간 것 같았다.

 

1시간 뒤 나는 다른 데서 농어를 잡던 K와 합류했다. 

 

K에게 이 얘기를 하니 그 녀석은 

 

"그런 건 바다의 옛날 이야기 같으면 말을 섞어선 안되는 놈이란 말이지. 말로 홀려서 영혼을 뺏기고 바다 밑으로 끌려들어간다 이거야. 우리 동네엔 '바다 할아범(海ジジイ)'이라는 요괴도 있었다니까?" 

 

라고 했다.

 

살짝 겁이 났지만 그럴리가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나는 그대로 K 옆에서 낚시를 계속했다. 

 

잠시 그렇게 낚시 중이었는데, 이번에는 검은색 승용차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런데 이 차는 아까 그 할아버지보다도 더 이상했다.

 

우선 이 시간에는 항구에 승용차가 오는 일이 거의 없다.　

 

아니, 있다 쳐도 불량배나 폭주족 정도인데, 나와 K쪽으로 다가오는 이 차는 아무리 봐도 그런 부류가 탄 차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차는 분명 우리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야, 이거 위험하지 않아?" "뭔가 느낌이 안 좋은데." 

 

나랑 K는 거의 똑같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우린 둘 다 서둘러 릴을 감고 땅바닥에 둔 채비를 집어든 뒤 차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차의 속도가 살짝 빨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건 착각이 아니었다. 다음 순간 차는 스르륵 가속하더니 내 쪽으로 돌진해왔다. 15m쯤 되던 거리는 눈 깜짝할 새에 줄어들었다.

 

차에 부딪히기 직전, K는 차를 피해 오른쪽으로 뛰었다.

 

나는 배를 묶어둔 로프에 발이 걸려 차보다 딱 한순간 먼저 바다에 떨어지게 되었다.

 

머리부터 바다로 떨어진 나는 패닉에 빠져 내 옆에 차가 떨어진 것도 깨닫지 못했다. 기슭에서 K가 "○○! ○○! 괜찮냐!"라고 외쳐 줘서 조금 안정을 되찾고 보니, 내 옆에 자동차가 뒤쪽의 보닛만 보이는 채로 떠 있었던 게 기억난다.

 

그 후 나는 K가 던져 준 로프로 바다에서 빠져나온 뒤 경찰을 불렀다.

 

우리 쪽으로 돌진한 차는 다음날 인양되었고, 차 안에서는 2명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한 사람은 낚시할 때 내 얼굴을 들여다보던 그 노인이었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그 노인의 아내였다.

 

하지만 이 아내분의 사인은 익사가 아니었다. 부인의 시신은 상당히 부패해 있었고, 경찰 말로는 사후 2개월은 지난 것 같다고 했다.　

 

즉 그 노인은 조수석에 아내의 부패한 시신을 실은 채, 우리가 낚시를 하던 부둣가 벼랑에서 바다로 뛰어든 것이었다. 나와 K를 같이 데려가려고 말이다.

 

왜 그 노인은 나와 K랑 같이 죽으려고 했을까? 죽을 작정으로 바다에 온 건가? 아니 그보다, 그 노인은 왜 그런 짓을 하기 전에 웃고 있었지? 

 

나는 지금도 그 생각이 나면 무서워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