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미수로 끝나긴 했지만 지금껏 가장 무서웠던 경험.
쓸데없이 추측이 많지만 좀만 참아 줘.
초등학교 3학년 때쯤, 나는 일정 기간 아파트에서 살았었어.
할아버지가 물려 주시는 집을 리모델링인가 뭔가 한다고 해서, 기간으로 따지자면 약 반 년 안팎이었으려나.
낡고 곰팡내 나는 아파트였지만, 집 근처인데다 가격이 싸기도 해서 여기로 정했다고 해.
그리고 가격이 싸니 당연히 입주자도 그럭저럭 많아서, 내가 살던 집의 양 옆집에도 입주자가 있었다고 기억하고 있어.
한 쪽은 마음씨가 좋아 보이는 노부부가 살고 계셨고, 다른 한 쪽은 땅딸막하고 음침한 남자와 그 어머니로 보이는 아주머니 두 사람이 살고 있었어.
이 남자를 가칭 A라고 부르기로 할게.
아주머니 쪽은 아침에 "안녕히 다녀오렴." 하고 말을 걸어 주시거나, 어머니와 수다를 떠는 등 꽤 붙임성이 좋은 사람이었어.
하지만 그러는 한편으로, A는 아마도 어떤 장애가 있었는지 표정이 살짝 이상했고 괴상한 행동이 눈에 띄었어.
예를 들자면 밤에 복도에서 이유도 없이 어슬렁거린다던지, 엘리베이터 안에서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누워 뒹굴거리는 등등.
때문에 우리 가족도 포함해서 아파트 사람들은 아주머니랑 사이좋게 지내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같았어.
그 때문인진 몰라도 이사한 지 한 달이 지나자 점차 아주머니와 마주치는 횟수가 줄어 갔어.
그리고 이사해 온지 3개월 정도 지났을 때, 어째서인지 아주머니는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었고, 그에 따라 웬 일인지 A도 종적을 감췄어.
나는 그래서 '아마 이사했겠지?' 하고 그 때는 생각하고 있었어.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아파트로 돌아왔는데 어쩐지 기묘한 시선을 느꼈어.
'친구가 집에 와 있나?' 하고 둘러봐도 아무도 없어.
이상하네 생각하다가, 어떤 사실을 눈치챘어.
옆 방, A가 사는 방의 문이 조금 열려 있는 거야.
그 아파트의 문은 모두 자동식…은 물론 아니었지만, 문의 무게로 저절로 닫히는 구조였어.
그러므로 '살짝 열려 있다'는 건, 누가 문 뒤에서 문을 눌러서 열고 있던지 뭔가로 막아서 닫히지 않게 해 뒀던지 둘 중 하나라는 거였지.
'뭐지, 도둑이 들면 안 되니까 닫는 게 좋을까' 하고 생각하며 물끄러미 문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갑자기 쾅! 하고 문이 닫혔어.
그 때는 놀랐지만, 아파트가 낡아 경첩 상태가 안 좋아져서 닫히지 않은 거겠지 하고 스스로 결론지어 버렸어.
근데 다음 날 학교에서 돌아왔더니 다시 문이 좀 열려있는 거야.
역시 경첩 상태가 안 좋나 하고 그 문 앞을 지나가려고 했더니 이번엔 끼이익 하고 문이 살짝 닫혔어.
그 때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가 문 건너편에 있다는 걸 깨달았어.
하지만 그때 나는 옆집 아주머니는 이사를 가셨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도둑이 그 집에 있다고 착각한 채 허둥지둥 집으로 도망쳐 왔어.
그리고 부모님이 오시자 나는 "이사간 옆집에 누가 있었어!" 라고 설명했어.
하지만, "옆집은 ○○씨네잖니?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하고 일축당했던 게 기억나.
아무래도 그냥 모습이 안 보였을 뿐, 가끔씩 옆 집에서 누가 사는 소리가 들려왔다나봐.
그래서 부모님은 아직 옆집에 A씨네 가족이 살고 있다는 걸 알고 계셨던 거겠지.
그 날부터 거의 매일, 아침에 나갈 땐 분명 잘 닫혀 있었던 문이 학교에서 돌아올 땐 조금씩 열려 있었어.
하지만 딱히 별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 집에 있는 게 도둑이 아니란 걸 알고 나서는 점차 익숙해졌어.
그러던 어느 날, 집에서 놀기로 하고 친구들이랑 같이 집에 돌아왔더니 역시 옆집 문이 또 살짝 열려 있었어.
그래도 어차피 아무 일도 없겠지 하고 평범하게 문 앞을 지나려고 했어.
근데, 그 때 갑자기 문 틈에서 굵다란 팔이 튀어나와서 내 팔을 꽉 잡아채더라고.
그리고 집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꽉 끌어당기기 시작하는 거야.
나는 비명을 지르며 어떻게든 저항했지만, 그 팔은 잡아당기는 정도로는 꿈쩍하지 않았어.
하지만 다행히도 내 비명을 들은 친구가 허둥지둥 달려와 줬어.
친구가 거기 놓여 있던 자그마한 삽으로 그 팔뚝을 팍 하고 찌르자, 문 건너편에서
"에우우우윽!"
비슷한 비명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니, 팔이 팍 하고 내 손에서 떨어졌어.
나는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도망쳐서 급히 우리 집 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들었어.
하지만 도망친 건 좋은데 이제 밖으로 나갈 수가 없는 거야.
전화를 걸어보려 해도 어디로 전화하면 될지 알 수가 없었어.
고민 끝에 나랑 친구는 일단 게임을 해서 기분을 좀 풀기로 했어.
지금 생각해 보니 꽤 태평한 사고방식이었지.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대략 다섯 시가 됐을 무렵에, 드디어 어머니가 돌아오셨어.
그래서 허둥지둥 어머니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들려 드렸는데, 처음엔 좀처럼 믿지 않으시더라.
하지만 친구가 옆에서 커버를 쳐 줘서 결국 믿어 주셨고, 일단 친구네까지는 시간이 늦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해서 어머니가 차로 바래다 주시기로 했어.
나는 그 때 같이 안 나가서 몰랐는데, 나중에 친구 말을 들어보니 그 때도 역시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나 봐.
그리고 잠시 뒤에 아버지가 돌아오셨어.
이미 어머니한테 전화로 자초지종을 들으셨는지 돌아오자마자 바로 관리사무소에 항의하러 간다고 말하고 나가셨어.
그 말씀을 들은 나도 안심해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좀 시간이 지나니까 옆 집이 갑자기 시끄러워지더라구.
그리고 아버지가 당황한 모습으로 돌아오시고 어머니한테 뭐라고 하시더니 다시 집에서 나가셨어.
그 후에는 평소처럼 저녁밥을 먹고 목용하고 잤어.
평소와 뭔가 다른 점이 있다고 하면, 그 날 집에서 아버지 모습을 보지 못했던 것 정도려나.
자, 여기서부터는 전해 들은 이야기인데, 아무래도 그 때 이웃집에서는 큰일이 났었다나 봐.
무슨 소리냐면, 관리인 아저씨가 마스터키를 써서 집 안으로 들어가니 A가 목매달고 죽어 있었다는 거야.
단지 그것뿐이라면 뭐 평범한 자살 사건으로 종결됐을 테지만, A가 목을 매단 방이, 이 방이 또 상당히 이상했다고 해.
일단 방 천장에 몇십 개나 되는 자살용 로프 매듭이 늘어뜨려져 있었대.
세심하게도 천장에 갈고리를 박아넣어 만든, 완전 본격적인 자살용으로, A는 그 중에 하나를 써서 자살한 것 같았대.
그리고 둘째로, 대량의 남자 사진이 방 안에서 발견되었대.
도촬한 건지 거의 모든 사진이 초점이 잘 안 맞거나 그림자가 지긴 했지만, 이런 사진이 대량으로 발견됐대.
당연히 그 중엔 내 사진도 포함되어 있었고, A는 내 사진을 꾹 쥔 채 죽어 있었다고 해.
마지막으로, 이게 제일 충격적이었던 점인데 그 방에서는 아마 아주머니가 A한테 남긴 것 같은 편지가 발견됐대.
그 내용은
"힘들어지면 이것(로프)을 쓰거라. 친구랑 같이 가고 싶으면 예비용을 쓰렴."
같은 내용이었다던가.
뭐,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른이 돼서 아버지한테 들은 내용은 여기까지야.
지적 장애인을 비방하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나는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 수가 없어.
그 때 A도 나한테 뭘 하려고 팔을 잡아당긴 건지 모르겠어.
혹시 친구와 즐겁게 이야기하는 나를 보고 외로워져서 이야기하려고 팔을 끌어당겼는지도 모르고, 내가 이야기를 해 줬으면 어쩌면 A도 자살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하지만, 혹시 같이 가려고, 나를 목매달려고 팔을 잡아당겼던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면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어.
이게 제가 지금껏 겪었던 것 가운데 가장 무서운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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