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년도 더 된 이야기입니다. 저는 원래 가방 하나만을 등에 지고서 이곳저곳을 떠돌며 여행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습니다. 해가 구름에 가려져 울적했던 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길을 거닐다가 지쳐 잠시 외딴 곳에 위치한 낡은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 쉬고 있었습니다. 버스 정류장은 사람 하나 없는 폐촌과 가파른 산 사이에 껴있어 이런 곳에도 버스가 다니는구나 하며 신기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잠시 의자에 등을 붙이고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이상하게 그날따라 졸음이 제 몸을 끈적하게 휘감았습니다. 그 찝찝한 졸음 때문에 저는 결국 순식간에 곯아떨어져 해가 산봉우리에 걸려 넘어가기 직전에 눈을 떴습니다. 폐촌과 산 가운데에 홀로 서있는 상태에서 유일하게 절 지켜주었던 햇빛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