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산골마을에는 삼년고개라 불리던 고개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한 번 넘어지면 일 년도 아니고 이 년도 아닌 단 삼 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전설이 내려져왔기 때문에 사람들은 고개를 넘어갈 때마다 넘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다녔습니다. 어느 날, 한 할아버지가 나무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삼년고개를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조심조심 고개를 올랐지만 풀숲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여우를 보고 깜작 놀라 그만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아이고, 삼년고개에서 넘어졌으니 이제 삼 년 후면 꼼짝없이 죽게 생겼구나, 이를 어쩌면 좋아, 아이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할아버지는 넘어져서 크게 다친 곳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앞으로 삼 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생각에 온종일 벌벌 떨었고 결국 병이 생기고야 말았습니다. 할아버지가 병으로 앓아누운 지 삼 일이 지나고 어린 소년 한 명이 할아버지를 찾아왔습니다.
“영감님, 삼 일 전만해도 건강하시던 분이 왜 갑자기 이렇게 앓아누우셨는지요?”
“얘야, 내가 삼 일 전에 삼년고개서 넘어지는 바람에 앞으로 삼 년 밖에 못살게 되었단다.”
소년은 할아버지의 고민을 해결해드리려는 듯 깊은 생각에 빠졌지만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소년은 형을 불러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렇게 세 시간이 지나고 건장한 청년 한 명이 할아버지를 찾아왔습니다.
“아니 어르신, 삼 일 전까지만 해도 팔팔하셨던 분이 어찌된 일입니까?”
“삼년고개서 넘어지는 바람에 삼 년밖에 살지 못하게 되었단다.”
청년도 할아버지의 고민을 해결해드리려는 듯 생각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역시 좋은 생각을 떠올리지는 못한 듯 했습니다. 청년은 형에게 뭔가를 물어보고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다시 삼 일이 지나고 할아버지의 집에 소년과 청년이 찾아왔습니다. 둘은 싱글벙글 웃으며 할아버지에게 좋은 해결책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그게 정말이냐?”
“네 영감님. 잘 들어보세요. 삼년고개서 넘어지면 삼 년밖에 살지 못하지 않습니까.”
“그래 그렇지.”
“그렇다면 삼년고개서 두 번 넘어지면 육 년을, 세 번 넘어지면 구 년을, 네 번 넘어지면 십이 년을 살게 되지 않습니까, 어르신?”
“그래! 그렇겠구나! 참으로 지혜로운 해결법이구나!”
“저희 큰 형님이 알려주신 겁니다, 영감님.”
할아버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삼년고개로 쏜살같이 달려갔습니다. 그리고는 고개에 올라가 한 번 구르고, 두 번 구르고, 계속 굴렀습니다. 데굴데굴, 데굴데굴, 구르는 소리가 삼년고개를 가득 매웠습니다. 웃음소리들도 고개를 가득 매웠습니다.
한참이 지나고 할아버지는 지쳐 흙바닥에 벌러덩 누웠습니다. 온 몸의 뼈란 뼈는 다 부러졌고 살가죽이란 살가죽은 다 찢어지고 피가 베어났습니다. 온 몸에 성한 곳이라고는 한 뼘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두 형제가 재미있다는 듯이 낄낄거리며 할아버지에게 다가왔습니다.
“오래오래 사세요, 영감님.”
“삼천갑사 동방삭도 여기서 천 번을 굴렀다고 하니 분명 오래오래 사실 겁니다, 어르신”
둘은 할아버지를 업고 집까지 바래다드렸습니다.
출처: SCP 재단 한국어 위키 (by MysteryInc)
라이선스: CC BY-SA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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