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2ch]폭우가 내리는 날

이것은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살았었던 나고야에서의 체험입니다.

9월, 아직 덥고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었어요.

 

그날은 근처에 사는 같은 학년의 친구 2명과 

저를 포함해 3명의 그룹이 하교하게 되었습니다.

하늘은 온통 물감으로 칠한 것 같은 회색이었고

무척 어두컴컴했던 게 기억납니다.

 

태풍으로 큰비가 내리거나 강풍이 불면 비일상적인 느낌에 

마음이 설레고 꽥꽥 떠들거나 장난을 치며 하교 길을 걸었습니다.

 

제가 살던 지역은 나고야에서도 비교적 도시지역이었지만

언덕이 많고 초등학교가 있는 곳에서 집 방향까지 완만한 언덕을

몇 개나 오르면서 돌아가는 루트였습니다.

 

비가 세차게 내리고 언덕이 있는 지역이라 길 옆으로 난 도랑이나

배수구는 대량의 물이 엄청난 기세로 흐르고 있어서 당시 초등학생인

우리에게 있어서 일상처럼 다니는 풍경이 급변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재밌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곤 하나 도랑에는 뚜껑이 덮여 있어서 가끔 있는 금속으로 된 도랑이 있는

장소를 찾아낼 때마다 친구들과 나뭇가지로 찔러보거나 낙엽을 떨구며 관찰하며

놀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느낌으로 사소한 모험 기분으로 즐겁게 돌아가고 있었는데

도랑 뚜껑이 빠져서 안쪽이 훤히 보이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처음 보는 도랑의 내부는 예상을 뛰어넘는 물의 양과 기세였고

「우오오오 굉장해!」하며 흥분해서 돌을 던져 보았더니

순식간에 떠내려가는 것이 즐거워서 한동안 거기서 놀았습니다.

 

그러자 누가「우산을 넣어 보자」라고 말했어요.

돌이나 낙엽을 흘리는 데에 싫증을 느끼기 시작한 우리는

당장 그 제안을 수락했어요.

 

친구 중에 큰 비옷을 입고 있던 친구가 「내가 할게!」라며

우산을 접고 도랑에 우산을 처박았어요.

그러자 상당한 물살이었던 탓인지

우산이 휩쓰려 갈 것 같았고 게다가 접은 우산 안쪽에 물이 들어갔죠

그럼에도 우산을 놓지 않은 친구는 도랑쪽으로 넘어질 뻔했습니다.

 

그때 뒤에서 「어이! 뭐 하는 거야 너네들!」

어른의 호통이 들려서 뒤돌아보니 교감 선생님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소리에 놀라서인지 친구가 우산을 놓자

우산은 순식간에 쓸려 내려갔고 도랑 쪽에서

우산 살이 부러지는「뽀드득 뽀드득」하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달려온 교감 선생님의 표정은 무척 무서웠고

「위험하니까 빨리 집에 가! 이런 곳에서 놀면 안 된다 위험해!」

라며 혼냈습니다

 

평소에 별로 접할 일이 없는 교감 선생님께

꾸중을 들어서 우리들은 사방팔방으로 흩어지듯

금방 돌아갔습니다.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흥분한 상태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더니 엄마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지며

「너, 그거 어디서 했어?」라고 물으셨습니다.

「언덕 아래, 도랑 뚜껑이 열려있어서」라고 대답하자

엄마는 무척 싫은 표정을 지으며「으엑, 그런 곳에서」라고

말을 하셨습니다

 

8년 정도 전에 마찬가지로 비가 세차게 쏟아지던 날

혼자서 돌아오던 초등학생 남아가 도랑 옆에서

책가방만 남겨두고 행방불명이 됐습니다.

학교에 연락이 갔고 선생과 학부모가 찾아봤지만

좀처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책가방만 남겨져 있던 남아가

도랑에 빠졌다고 생각되는 장소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도랑 속에서 남아는 발견되었습니다.

 

도랑 속의 어마어마한 물살로 떠내려간

남아의 몸은 만신창이가 됐고 온몸의 뼈가

부러진 채 발견됐다고 합니다.

 

온몸의 뼈가 부러지고 찌그러진 모습의

굳어 있던 시체를 발견한 분이 바로

우리를 호통치신 교감선생님이었지요

 

당시에 그 지역에 살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사고로 모두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합니다.

 

교감 선생님은 그 사고 이후

비 오는 날은 학생의 하교 경로를

순찰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집으로 교감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누구 다치지 않았나 걱정을 해주셨다고 합니다.

교감 선생님이 어머니께 얘기한 건 평소와 같이

순찰을 나왔는데 우리가 언덕 아래 도랑에 모여 있어서

얼굴이 창백해져서 달려오셨다고 합니다.

 

우리가 있던 그 장소가 바로 그 남아가

떨어져 버린 곳이었기 때문이었죠.

사고 이후 통학로에 있는 배수구에는

뚜껑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어째서 그날

그 장소만 뚜껑이 열려있어서 정말 신기하다고 하셨습니다.

 

만약 교감 선생님이 그 자리에 와서 

큰 소리로 주의를 주지 않았다면

친구는 그 남아처럼 도랑에 끌려 들어갔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후일에 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우리는 교감 선생님이 오셔서 다행이라고 말했죠

그러고 보니 누가「우산을 넣어 보자」라는 말을 꺼냈냐?라고 물었는데 

우리들 3명 중에 아무도 그런 제안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누가 그런 제안을 했던 걸까요?

 

폭우가 내리는 지금도 그 비 오는 날의 광경과 교감 선생님의

큰 목소리나 표정, 그리고「우산을 넣어보자」라는 목소리가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