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TERY/2ch

[괴담][2ch]차가운 물이 등줄기에

MI_TE 2023. 3. 1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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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츠의 시체는 욕실에 쓰러져 있고, 그 위로 샤워기의 차가운 물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아직 젊은 형사가 내게 물었다.


"피해자와 데이트 약속을 하셨던 겁니까?"

 


"아침 열시경에 전화해서, 집에서 점심을 먹자고 불렀습니다."

 


요리를 좋아하게 된 것은 수입식품 홍보 담당으로 전직했기 때문이리라. 나는 주거 겸 사무소인 아파트에서 동료들과 회의하는 동안에도 요즘의 제철 음식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피해자는 오지 않았군요."

 


"네. 몇 번인가 집으로 전화해도 아무도 받지 않기에, 처음에는 이쪽으로 오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테츠의 연립주택에서 내 아파트까지는 늦어도 한 시간이면 오는 거리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고, 전화도 없고, 그 사람은 휴대전화도 없으니까 연락할 수도 없고...


결국 걱정되어서 어찌 된 일인지 보러 왔어요. 도착해보니 일곱시경이었습니다."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눌렀다. 방에 난방이 되고 있어서 마치 여름처럼 더웠다. 

 


"문은 열려 있는데 몇 번이나 벨을 눌러도 대답이 없어서, 각오하고 들어왔습니다. 그랬더니 샤워하는 소리가 들리고...”

 


형사는 내가 울음을 멈추고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발견했을 때, 시체를 건드렸습니까?"

 


"조금요. 어쨌든 차갑고, 딱딱해서.”

 


“시체는 차가웠다……. 하긴 당연하죠. 저렇게나 찬물을 뒤집어쓰고 있었으니."

 


"시체의 온도가 왜요?”

 

신경 쓰여서 물었다.

 


"사망 시각을 좁힐 수 없어서요.”

형사는 수첩을 펼쳤다.

“검시 결과 나온 사망 추정시각은 어제 오전 열한시부터 오후 세시 사이로 상당한 폭이 있습니다. 집 안 온도는 삼십 도 가까이 되는 데다가 피해자가 찬물 샤워를 하고 있었다는 특이한 정황이어서, 체온의 저하에 기초한 판정은 어렵다고 합니다.”

 


"테츠가 사워를 한 것은 열한시 무렵이에요.”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저희 집에 오려고 준비하는 동안에 습격당한 거예요."


"약속한 시간이 열두시라고 하셨죠?”

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체의 목에 남아 있는 손자국으로 미루어보아 범인은 힘이 강한 인물, 아마도 남자일 거라고 추정했는지 여자인 나를 대하는 태도는 부드러웠다.

 


"그런데 피해자는 찬물 샤워를 좋아했습니까?"

 


"아니에요. 이 연립주택의 온수기는 따뜻한 물을 계속 틀어놓으면 저절로 불이 꺼져버려요."

 


"그렇군요. 피해자가 습격당한 뒤에 범인이 샤워기를 잠그지 않고 도주했기 때문에 도중에 온수기가 멈춰서 찬물이 나온 건가요."

 


형사가 온수기를 조사한 결과, 시간이 경과해서 자동으로 정지된 것이 확실했다. 멈춘 시각까지는 기록되어 있지 않았지만,

 


"한 걸음 나아갔군요.”

 

형사는 찌푸렸던 얼굴을 폈다.

 

 

 


그리고 며칠 뒤, 용의자가 체포되었다고 알려왔다.

 


그런데 다시 찾아온 형사는 한 가지 곤란한 일이 있다고 밝혔다.

"용의자가 자백했습니다만, 다른 증언과 달라서 말이지요."

 


"그 사람이 거짓말하고 있는 거겠죠."

 


가야마 히로아키라는 용의자는 절도 전과가 있고, 현장에 지문을 남겼다고 했다.

 


"가야마는 피해자의 방에 도둑질하러 들어갔다가 피해자와 몸싸움을 하게 되어 죽였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렇다면 확실하지 않나요?"

 


“하지만 가야마가 그 집에 들어갔을 때, 피해자는 고타츠*에서 드러누워 자고 있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시각은……….”

 

* 고타츠: 나무로 만든 밥상에 이불을 덮은 온열기구


형사는 나를 흘끗 보고나서 말했다.

“세시 조금 전이었다고 합니다."

 


나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분명히 거짓말이에요. 거짓말이 뻔해요. 세시라니 말도 안 돼요. 더 빠른 시각일 거예요. 열한시라든가, 못해도 열두시라든가."

 


“왜 그렇게 그 부분에 얽매이시는 거죠?”

 

형사의 눈이 번뜩였다.


“당시의 사망 추정시각은 열한시부터 세시까지 네 시간의 폭이 있었습니다.그러나 가야마의 자백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오후 세시라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것이 조사본부의 결론입니다.”

 


형사는 한숨을 쉬었다.

“여기서 문제입니다만, 고타츠에 쓰러져 있던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욕실로 끌고 들어가서 찬물 샤워를 시킨 사람은 누구일까요.”

 


형사의 얼굴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당신이 한 거죠? 하지만 어째서 그런 짓을? 그걸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그날, 동료들 앞에서 나는 의기양양하게 몇 번이나 반복했다. “남자 친구가 오면 먼저 실례할게."

 


하지만 테츠는 오지 않았다.

 


나는 모두의 비웃음을 견뎠다.

 


몇 시간 뒤, 지저분한 운동복을 입고 있는 아직 따뜻한 테츠의 시체를 보고 알았다.

 


이 남자는 단순히 고타츠에서 나오기 싫어서 나를 바람맞히고, 사과하는 것이 귀찮아서 전화도 받지 않고 자동응답으로 대응했던 것이 분명하다.

 


이대로 놔두었다가는 사망 시각 등의 증거로 모두가 이 사실을 알게 되고 만다.

 


아니다. 절대 아니다. 테츠는 나를 만나러 오려고 했다. 그래야만 한다. 그래서 샤워기로 물을 뒤집어씌웠다.

 

 

따뜻한 물이 찬물로 바뀌고 한동안 더 기다린 뒤에 경찰에게 전화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정말 그럴까?

 


여자라면 누구라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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