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전철이나 길거리에서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
말을 걸고 있는 사람이 있지?
대부분이 다들 건드리고 싶지 않은 존재.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들은 정신에 병을 안고 있고
환각 따위에 시달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 환각이 환각이 아니라고 한다면?
10년 전쯤의 이야기.
당시에 나는 대학에 막 입학한 참이라
날마다 신입생이나 소개팅으로 술을 마시며
돌아다니고 있었어.
그런 때에 같은 서클에서 만난 게 A.
A는 제법 잘생겼고 언변이 좋지만 몹시 겸손한 녀석이라
금방 친해졌지.
집이 대학 근처이고 더구나 자취하기도 해서
거의 매일매일 죽치고 앉아 술을 마셨고
'알콜 중독 콤비'라고 자주 불렸었지
나는 잘생기고 눈에 띄는 A와 단짝으로 불렸는데
나는 싫지는 않았고 실제로 나랑 A는 동아리 안에서도
1~2번 째로 술이 강했기 때문에 주량도
다른 애들과 비교하면 꽤 많이 마셨다.
A는 미남이라 눈에 띄는 존재였기 때문에
항상 모두의 중심에 있었고 가장 사이가 좋았던
나도 필연적으로 중심에 있는 경우가 많았고
여러 가지 이득이 된다고 생각도 했어.
그런 즐거운 대학생활을 보내던 어느 날
막 2학년이 됐을 무렵.
당시 A에게는 여친(C양)이 있었는데
새벽 2시 정도에 갑자기 C양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어
○○!! A군의 상태가 이상해
당장 이쪽으로 와줘!!
지금 마침 술자리가 한창일 때라 귀찮았는데
너무 다급한 목소리에 무슨 일이냐 사정을 물어봐도
어쨌든 오라는 말만 하길래
급히 술자리를 빠져나와 A의 집으로 향했어.
A의 집에 도착하니
터무니없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지.
책상 위에 훈도시 차림의 A가 마치
스모 자세로 춤추고 있다고 해야 하나..
봉오도리 하듯이 손을 움직이고 있었고
책상 위에는 청주와 소금 같은 것들이
작은 접시에 담겨져 있었어
솔직히 이런 짓뿐이었다면
쾌활한 A가 술에 취해서 저질렀구나 하며 생각했겠지만
얼굴에서 눈물을 흘리며
용서해주시길───
용서해주시길───
큰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습니다.
하이라이트는 그 주변에 퍼진 소변의 냄새.
책상과 훈도시가 흠뻑 젖어 있었으므로
A의 것임이 틀림없었다.
말을 걸어봐도 완전 무반응으로
큰 소리로 외치면서
계속 춤을 추고 있었다.
울고 있던 C양에게 상황을 들어보니
원래 A의 방에 놀러 갈 예정이었는데
인터폰을 눌러도 나오지 않았다.
안에서 큰 소리가 들려서 문 손잡이를
돌려봤더니 문이 잠겨져 있지 않아서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랬더니
내가 지금 본 광경과 똑같은 광경이
펼쳐져 있었고 그의 반응은
아까 말했듯 무반응
내가 여기에 도착할 때까지
최소 1시간 이상은 계속 춤을 춘 셈.
더욱더 안 좋은 상황이구나 했다.
이런 짓을 할 녀석은 아니었지만
나는 A가 약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C양을 진정시키고
"아마 이놈 약 했어. 경찰 사건이 될지도 모르지만
이 녀석의 몸이 중요하니까 구급차 부를게"라고
내가 설명을 했어.
C양도 납득하고 즉시 구급차를 부르기로 했습니다.
구급대원이 도착해도 A의 상태는 변하지 않았지만
실려가려고 할 때 A가 굉장한 기세로 날뛰기 시작해서
경찰도 와서 꽤 큰 소동이 벌어졌지.
나도 C양도 경찰에게 사정 청취를 받았고
약물 사용까지 의심되는 상황.
하지만 결과적으로 A의 몸에서 약물은
검출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3일 정도 지나서 퇴원한 A
원인 불명의 발작 증상을 진단받았고
그때의 기억은 거의 없다고 하며
과음을 한 것 같다며 평소처럼
밝은 얼굴로 웃고 있었다.
안심한 나는
"너무 마셔서 환각이라도 보고 있었냐!"
"드디어 정말 알코올 중독자 다 됐네"하며
농담이나 해댔죠.
하지만 그날부터 A는 조금씩
이상해져갔습니다.
멍때리고 있을 때가 많아지고
소곤거리며 벽을 마주보며
얘기를 건네는 것을 빈번하게
볼 수 있게 됐죠.
학교도 점차 안 오게 되고
걱정돼서 몇 번이나 찾아갔지만
"조금 몸이 안 좋을 뿐이야"라며
얼버무려 넘겼고 나중에는
"조금 거리를 두고 싶으니 연락을 할 때까지 오지 말아 줘"
라고 말하는 상황이 됐다.
솔직히 많이 속상했지만
이런 말을 들어서 걱정하는 것도
바보같아서 나도 오기를 부리고
"연락을 할 때까지 안 가"라는
생각을 하며 지냈다.
그 후 3개월이 지났을 쯤이었을까
A로부터 갑자기 연락이 걸려 왔다.
"말할 게 있으니까 집까지 와줘"
나는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고
당장 A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현관을 열었더니 술과 썩은 냄새가
온 방안을 가득 채웠고 거기에는
완전 맛이 가버린 A가 있었다.
빼싹 말랐고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A는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란 내게 A는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너에게는
사실을 말해두고 싶다"라며 말을 건냈죠
전혀 영문도 모르지만 일단은
이야기를 듣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A는 이런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제일 처음 발작이 일어나기 3일 전쯤에
A는 친구와 함께 현 인근까지 캠프를 갔었다.
그곳에서 바비큐를 구웠는데
고기를 굽다 보니 불에서 지독한 냄새가
주위에 자욱이 퍼졌고 아궁이 속의 나무를 치우자
무슨 동물 털 같은 게 무더기로 나왔다.
기분이 나빠서 다시 새 아궁이에 불을 지폈는데
그날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나게 됐다.
"길거리나 학교, 차 안에서 퍼뜩 그 동물의 털 냄새가 나고
그 냄새만 나면 반드시 시야 끝에 눈과 코가 없는 입만이 있는
기모노를 입은 여자가 보여"
"입만을 히죽거리며 이쪽을 바라보기 시작해"
그게 보일 때마다 다가온다고 말이죠..
"어?, 진짜로 환각이잖아"라고 생각한 나의 태도를
알아챘는지 어쨌든 끝까지 얘기를 들어달라는 A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A는 얘기를 계속하기 시작했습니다.
구급차에 실려지기 전날 A는 기묘한 꿈을 꾸었다고 말했어요.
꿈속에서 A는 본인의 수호령이라고 하는 노인과 만났다.
노인은 지금 자네가 보고 있는 기모노의 여자는
옛날 선조가 죽인 여자이며 죽은 뒤에도
원망으로 인해 선조를 괴롭혀왔지만 참다못한
선조는 후손은 물론 우리 혈족이 향후 일체 그 땅에
접근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인과를 끊은 것이라고 설명했어.
하지만 A가 캠프에서 우연히 그 땅에 발을 들여놓았기 때문에
그 인과가 다시 생겨버렸다고 말했지.
이대로라면 여자한테 시달리다가 죽는다.
그게 싫으면 내일 지정한 시간에 지금부터 말하는 것들을
준비하고 시키는 대로 하라고 수호령이 말했지.
설명을 다 듣자마자 잠에서 깼고
실제로 그 여자를 빈번하게 봤었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키는 대로 했다
"다만, 책상에 앉은 순간부터 기억이 없어."
"너나 여친이 왔었다는 사실도 구급차에 실려간 사실도
전혀 기억이 안 나"
게다가 이것만으로 끝나지 않았어.
"그날 이후 무려 그 여자가 직접 말을 걸어오게 됐다고!"
이런 말을 하면 거짓말로 밖에 생각들지 않겠지만
그 여자가 똑똑히 말을 걸어온다
"얼마나 자신이 고통받아 왔는지를.."
"너도 괴로워할 의무가 있다."
"네 주변도 괴롭혀주마"라고 말이야
내가 말을 하면 또박또박 반박해
"어째서 나냐고"라고 말했더니
"네가 약속을 어겼으니까"
"난 그런 거 몰랐다고"라고 말했더니
"인과가 생겨버렸으니 어쩔 수 없다"
"내가 어디에 있건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걸어와"
"무시를 하면 무척 우울한 기분이 되어 죽고 싶어져"
"죽을래야 죽을 수 없는 고통만을 느끼게 돼"
"나루토에서 사륜안이라고 있지?
짧은 시간에 몇 번이고 살해당하는 놈은
아마 이런 기분일 거야"라고 A는 울면서 말했다.
유일하게 해방될 때는 잠잘 때와 이따금씩
꿈속에 나타나는 선조들의 조언(의식?)을
실행하고 있을 때고 잠이 잘 안 와서
늘 술을 마시고 있는 상태라는 것 같다.
"길거리에서 그 여자가 말을 걸어오면
주변에는 나 혼자 투덜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조언(의식)을 실행하고 있을 때도 기억이 없으니까
지난번처럼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까
무서워서 밖에 나가질 못하는 거야"
"나는 미치지 않았어..
실제로 지금 너랑 이렇게 평범하게
이야기하고 있잖아?"
"환각이나 그딴 게 아니라고
그저 여자가 오는 감각이 점점 짧아지고 있어"
"이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고
주변에 민폐를 끼칠 것 같으니
조만간 병원에 가게 될 것 같아"
"마지막으로 이것만큼은 너한테 전하고 싶어서.."
A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솔직히 환각은 위험하네.."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나 미남에 인기있었던 A가 이렇게 되다니..
아니나 다를까 며칠 후
A는 정신 병동에 입원했다.
중증의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심한 정신 분열증이라는 진단이었다.
인기있었던 A였어.
대학 내에서도 한동안 이 화제로 떠들썩했고
나도 술자리 같은 건 삼가게 됐지
이때는 단순하게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부작용에 쫄았었어.
꽤 자주 병문안을 갔던 나는 나날이 나빠져 가는 A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공포스러웠지.
한 달이 지나자 A는 제대로 말도 할 수 없게 됐어.
그 이후 바로 A의 부모님한테서 연락이 왔었고
(병실에서 만나 연락처를 물어봤었어)
대학을 그만두고 시골에서 요양하겠다고 전하시더라
나는 A의 집에 잔뜩 내 물건을 냅뒀었는데
이사 가기 전에 내 물건을 가지러 가려고 A집에 갔는데
내가 도착하니까 A의 부모님도 짐을 정리하고 계시더라
A의 책상 위에 있는 코르크 보드에는 나나 대학 친구들과의
사진이 많이 붙어있어서 살짝 감상적인 기분이 됐어.
그때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나는 경직됐지.
그건 아마 바비큐 때 찍은 사진이었어.
6명이서 불을 둘러싸고 있는 그 사진 곳곳에
눈과 코가 없는 기모노를 입은 여자가
희미하게 비쳐 보였지.
"어?.."
그 기모노 여자의 특징은
A가 말한 것과 정확히 일치했어.
나는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감각에
사로잡히면서도 그 사진을 주머니에 넣었지.
왠지 그래야만 할 것만 같았어.
그 후로는 나는 딱히 액받이를 하러 가거나
오타키아게를 하진 않았고
*오타키아게(소중히 여기던 물건이나 추억이 깃든 물건을 절이나 신사에 기도 후 불에 태워 공양하는 일본 풍습)
다른 사람한테도 이 이야기를 하거나
의논하지도 않았어.
왜 그랬냐면 그냥 무슨 짓을 해봤자
소용이 없겠구나라고 확신이 있어서였지
왜 그렇게 생각했냐면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어.
친구가 그렇게 되고 길거리에서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데도 말을 건네는 사람에
대한 견해가 바뀌었어.
그런 사람 중에서는 정말로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와 싸우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지.
마지막으로 어째서 10년이나
지나서 이 이야기를 쓰려고
마음먹었는지 이야기를 하고
마무리하려고 해
계기는 업무 관련으로 알게 된
그쪽 세계에서는 유명하다고 불리는
영매사 때문이었어.
영매사라고 해봤자 평범한 할머니인데
보험 판매를 하면서 봉사활동?으로
그런 특이한 것들도 본다는 사람이었어.
10년도 더 된 이야기를 왜 이 할머니한테
하려고 했는지 나 스스로도 신기했지만
왠지 그러자고 생각 들었어.
사진을 들고 할머니에게
모든 것을 설명하자 할머니는
"그 사람은 나쁜 것에 홀려서 고통받고 있다"
"수호령 얘기도 아마 거짓말.그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재밌어하며 놀아나고 있다."
"아무 잘못을 하지 않아도 뜻밖에 계기나
사고방식이 일치하면 그렇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 여자가 지독하게 나쁜 녀석이면
어찌할 방법이 없다."
"그런 쪽으로 들어서서 수행함으로써
해방되는 길도 있지만 마찬가지로
힘들고 험한 길"
"그런 불운한 사람이
이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다."
"그에 관한 건 잊어버려라"
라고 말씀하셨다.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초리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만
아마도 그런 거겠지.
이 세상에는 그런 부조리나
무정한 일들이 잔뜩 있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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