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지난달 나는 파견회사에 정규직으로 채용이
결정되었고 도쿄 교외의 오래된 아파트로 이사했습니다.
이사를 한 아파트를 빌리기 전부터 분위기가 그렇게
좋다고는 할 수 없었고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인상이었지만
입지와 월세의 저렴함에 이끌려 그곳에 살기로 정했습니다.
아파트는 1층과 2층으로 되어 있으며
각각 방이 6개씩 있고 1층에 살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아파트라서 보안은 없었지만
집주인 노부부가 무척 좋은 사람이며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여자인 나 혼자서도 안정감이 있다는 게
이 집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무엇보다 이 코로나 시국에 겨우 취직을 한 회사입니다.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다면 어떤 곳에서든 살 각오가 되어 있었고
낡은 아파트라곤 하나 본가를 떠나 첫 자취라서 불안보다는
설레는 마음이 강했습니다.
저는 회사 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들뜬 마음으로 식기나 소품, 커튼 등을 샀고
처음으로 내 방을 내 취향대로 꾸미는 것에
열중이었습니다.
이사오고 나서 일주일이 막 지났을 무렵이었을까요
그날도 저는 100엔 샵에서 소품류, 슈퍼에서 자취용 식재료를
구입해 아파트로 돌아왔습니다.
근데 우리 집 문 앞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30대가량의 남자가 쭈그려 앉아 있었습니다.
사람만 있는 것뿐이었다면 괜찮았으나
성인 남자가 쭈그려 앉아 있는 모습에
저는 흠칫했습니다.
"마음속으로 위험한 사람인가?"라고
생각하면서 내일 집주인과 상의를 해보려고
생각했고 남자한테 시선을 주지 않고
제 방으로 재빨리 들어가려고 자물쇠를 연 순간이었습니다.
「세이버 타이거의 발톱 돌려주세요!」
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엣???」
내가 뒤돌아보니 아까 남자가
내 바로 등 뒤에 서있었고
「나의 세이버 타이거 발톱 돌려주세요!!」
울면서 큰 소리로 그렇게 외치고 있었습니다.
「뭐, 뭡니까? 경찰 부를 겁니다?」
30대 남자가 울면서 눈앞에서 소리쳤고
나는 동요하면서도 잽싸게 방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돌려줘~~」
절규하며 남자가 내가 닫으려는 문을 잡고
억지로 열려고 했습니다.
필사적으로 못 열게 하려고 저항했지만
그 남자의 힘에 당해낼 수가 없었고
나는 날아가 버렸고 남자는 방안으로 들어와서
왜인지 방안을 물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공포에 떨었습니다.
때마침 허리가 삐끗한 상태가 됐다고
생각이 들었죠.
그러자
「무슨 일이야!!」
제법 심하게 옥신각신 하는
소리가 들렸던 걸까요.
집주인 노부부가 내방으로
달려오셨습니다.
「사, 사, 살려주세요!」
울먹이며 노부부에게 달려가더니
「키요 짱?」
노부부 중 할머니가 남성을 보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키요 짱 무슨 일이니?」
할머니가 이렇게 말했더니
「할머니이이이~~」
남자는 울면서 할머니한테
껴안겼고 할머니가 그대로
밖으로 데리고 가셨습니다.
멀뚱히 쳐다보는 내게 할아버지가
「전에 살던 분의 자녀야」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아무래도 전에 살았던 부모와 자식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방에 오래 거주했다고 한다.
조금 장애를 가지고 있고 살고 있던 당시에는
집주인 할머니를 많이 따랐다고 했습니다.
다만 어째서 혼자서 또 이곳에 돌아왔는지는
할아버지도 모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잠깐 부모한테 연락하고 올게」
그렇게 말하며 할아버지도 내 방에서
나가셨습니다.
저는 갑자기 일어난 일에
정신이 나간 상태였고
티비를 봐도 전혀 내용이
들어오지 않았고
멍하니 있었습니다.
1시간이 지났을 쯤이었을까요
인터폰이 울리고 밖으로 나가니
남자의 어머니라 칭하는 나이가 든
여자와 집주인 부부가 있었습니다.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남성의 어머니는 도게자를 하며
내게 사죄를 해왔습니다.
「엣?」
갑작스러운 사죄에 놀라고 있었는데
남자의 어머니는 일의 경위를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어코 이사를 간 곳에 혼자서
"조이드?"라는 프라모델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그 장난감의 발톱이 망가졌는지
빠졌는지 없어졌다고 했다.
아들이 아무래도 전에 살던 집에
그것을 두고 왔다고 생각했고
옷만 입은 채 집을 뛰쳐나갔다고 했습니다.
장애를 안고 있기 때문에 선입견이 심하고
그렇게 믿어버리면 주변이 보이지 않게 된다고..
"제발 경찰만은 용서해달라며"
몇 번이고 간청하셨습니다.
집주인 두 분은 아무 말 없이
걱정스럽게 뒤에 서계셨고
그 아들은(그래봤자 나이는 30세 정도지만)
집주인 할머니에게 달라붙은 채
훌쩍훌쩍 울고 있었습니다.
별 볼 일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30살이 넘었을 남자가
고령의 여성에게 매달려 울고 있는 것과
몇 번이고 무릎을 꿇는 그의 모친을 보고
기분이 나빠졌고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다고 느꼈고
「향후 절대 이런 일이 안 생긴다면 괜찮습니다.」
라고 말하며 문을 닫았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너무 차갑게 대했나 싶은
생각도 했었는데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곤 하나
거의 범죄나 다름없는 짓을 당했기 때문에
가급적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입니다.
장을 보고 돌아왔는데 그 남자가 우리 집 앞에
서 있었습니다.
"엣"하며 내가 경직되어 있었더니
그가 내게 똑바로 다가와서
「지, 지, 지난번엔 죄송했습니다」
라며 내게 비닐봉투를 건네주고는
뛰어갔습니다.
어안이 벙벙해진 채로 방에 들어가
비닐봉투 안을 확신했더니
무슨 프라모델 같은 거랑 초코랑 과자가 들어 있었고
살짝 기분나쁨을 느꼈었는데 그 사람 나름대로의
사죄의 마음이겠지 라고 생각하고 납득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날에 일어난 일입니다.
그날은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 제법 늦게
퇴근을 했는데 현관문 손잡이에 다시
비닐봉지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또야?"하며 비닐을 들어 올리니
묵직하고 무거운 도시락통
비슷한 게 보였습니다.
"뭐야, 이거"하며 도시락 안을 열었더니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음식 썩은 냄새가 났고
색이 변한 김밥 같은 것이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이건 좀.."하면서 나는
곧장 집주인한테 가서 사정을 설명했다.
처음으로 내 화난 얼굴에 놀란 집주인이었지만
「하지만 어쩌다 썩어버렸을 뿐이고
그 아이 나름대로의 사죄의 마음이야」라고 말하시며
「이런 식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애야」라며
엉뚱한 말을 하셨습니다
너무 미적지근한 태도에 나도 모르게 나는
「아뇨, 이 이상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라고 전했더니
「알았어, 내가 그 애한테 전할 테니 진정해」라며 달래셨고
그날은 어쩔 수 없이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있었던 일입니다.
이른 아침에 인터폰이 울렸고
집주인 부부가 찾아왔습니다.
「키요 짱의 그 건으로 말이야, 그 엄마가 정식으로
사죄하고 싶어 해서 너를 집으로 초대했어」
집주인은 내게 이렇게 말했죠
「예?, 제가 가라고요?」
"왜 피해자인 내가 일일이 가해자의 집까지
가야하는 거야" 라는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미안해, 왠지 집안 사정으로
집에서 나갈 수 없는 것 같아」
「오늘부로 두 번 다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할 테니 성심성의껏 만나서 사과하고 싶대」
연달아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 내 알바야!"라고 내심 생각했지만
분노가 치밀어올랐던 나는
불평이라도 털어놓으려고 그 집에 가는 걸
승낙했습니다.
물론 집주인 부부가 함께 간다는
조건도 있었기 때문이었죠
집주인 할아버지가 차를 준비했고
10분 정도 후 그 모자 집에 도착했습니다.
모자의 집은 주택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덩그러니 서 있는 낡은 외딴집이었죠.
할머니가 인터폰을 누르자
곧 현관이 열리며 활짝 웃는
그의 어머니가 나왔습니다
「어서, 어서, 들어오세요」
그런 그녀를 보고 나는 흠칫 놀랐습니다.
어째선지 그녀는 위화감이 있을 정도로
몹시 짙은 화장을 하고 있고
기모노를 입고 있었습니다.
노부부는 별로 놀라는 기색도 없이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조금 놀랐지만 어쩔 수 없이
저도 들어갔죠
집안은 외관과 마찬가지로
제법 오래되어 보였고
쉰 냄새와 요리 냄새가
뒤섞여 있었어요.
불쾌한 공기를 느끼며
긴 복도를 걸어 가장 안쪽 문 앞에
도착하니
「준비가 덜 됐으니 이 방에서 기다려 주세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다른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녀가 말한대로 안내한 방에
들어서니 충격적인 장면이 제 눈에
확 들어왔어요.
곧잘 맞선 같은 곳에서
나오는 긴 책상 위에
도미에 찰밥 등 호사스러운
즐비하게 놓여져 있었습니다.
딱히 놀랍지 않게
앉기 시작한 노부부의 옆에 앉아
「이게 다 웬 음식들이에요?」
하고 내가 묻자
드르륵 문이 열리고
그녀가 방안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더니 그녀는 갑자기
도게자 자세를 취하며
「이번에 ○○님과 아들 키요의
혼담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는 제 성입니다)
라며 큰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
내가 멘붕에 빠져있었더니
「오늘은 날도 좋고 약혼의 증거로서
약혼 예물을 가져왔습니다.
언제까지나 간직해 주십시오.」
하고 어머니가 계속 말하기 시작했죠
「아니, 그게 무슨 말이죠?
이게 다 뭡니까?」
제가 강한 어조로 집주인 노부부에게 말했더니
「뭐라니, 기뻐할 일 아니냐 맺어진다는 건」라고
만면에 미소를 띠고 내게 말했습니다.
정상이 아니야...
갑자기 등에 식은땀이 흘렀고
귀가 확 하고 달아올랐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이 자리를 떠나야 해"
라고 생각했는데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에
사고도 몸도 완전히 정지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도
「죄송해요, 키요가 지금
옷 갈아입느라 늦고 있어서」
라고 그녀가 말을 했고
노부부도 만면에 미소로
「그럴 수 있죠, 키요도
긴장하고 있겠죠」
「하하하하하핫」
하며 담소를 계속했어요
현실이라고는 생각들지 않는
상황 속에서 움직이지 않는 몸과는
반대로 눈만이 그들의 일거일동을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반짝하고 눈 끝에
위화감이 있는 것이
찍힌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확히 담소를 나누는 모친의 뒤쪽
「히익」
말하면 안 되는
그녀의 뒤에는 그 남자의
영정 사진과 훌륭한 불단이 있었습니다.
「화, 화장실 좀 빌릴게요!!」
그렇게 말하고
나는 재빨리 현관까지
달렸습니다.
「어머, 잠깐"」
뒤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하고 신발도 신지 않은 채
현관을 뛰쳐나와 최대한 사람이
많은 장소로 달렸습니다.
제 머릿속에는
"어째서? 왜?"
라는 생각이
빙빙 돌고 있었어요
반쯤 패닉상태에 빠지면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제 끔찍한 상태가 전해졌는지
곧장 친구가 데리러 왔습니다.
그러나 친구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트러블에 휘말렸다고만 말하고
그날은 어찌저찌 친구 집에서 자고
다음날에는 본가로 내려갔습니다.
그 아파트에는 여러 가지
제 물건이 있었고 절차도 아무것도
안 하고 거의 야반도주 상태로
도망쳤는데 아직까지 그 집주인한테서
연락은 오지 않고 있습니다.
연락이 와도 부모님께 대응해 달라고
할 생각입니다.
또한 아무리 생각해도 그 땅 근처에는
얼씬도 하기 싫어서 결국 취직처도
사퇴했습니다.
결론도 없고 진상도 모른 채지만
알고 싶지도 않고 두 번 다시
얽히고 싶지 않아서 이러한
마무리가 됐습니다.
여러분도 너무 싸거나
음침한 분위기의 아파트는
조심하세요.
역시 그런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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