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어릴 때부터 이상한 규칙이 있다. 「저녁 여덟시 반에 목욕하지 마라」는 것. 어째서인가. 아버지나 엄마한테 이유를 물어본 적도 있지만, 잠자코 있을 뿐 가르쳐 주지 않는다. 부모님 뿐만이 아니다. 내 친척 인간들은 모두 저녁 여덟시 반에 목욕을 하지 않는다. 친척이 마누라나 남편을 데려와 가족에게 소개하면, 가장 먼저 목욕 시간 이야기를 할 정도다. 다만 의외로 조건은 느슨하다. 여덟시 반에 자기 집의 욕실에 들어가 있지만 않으면 된다. 즉, 8시 29분 59초까지 욕실에 들어가 있어도 되고, 8시 30분 1초에 욕실에 들어가도 된다. 이렇게 느슨하기도 해서, 점차 신경을 안 쓰게 된다. 지키기도 간단하니까. 저녁 먹는 시간이 습관화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만일 잊어버리고 어긴다 하더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