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벌써 20년도 더 된 이야기다. 때는 바야흐로 1970년, 가발공장으로 꽤나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던 아버지는, 중화학 공업으로의 급속한 체제 전환에 따른 낙오자가 되어 파산했으면 그래도 가오는 살았겠지만, 그저 평범한 사기에 의해 돈도 잃고 공장도 잃고 집도 잃고 빈털터리가 되었다. 부모님은 쪽방으로 쫓겨가 악착같이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며 동시에 빚까지 갚아야 했고, 이제 겨우 열 살을 넘었던 나는 그 생활양식을 유지하기에 거치적거리는 존재일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외할머니댁으로, 남동생은 친할머니댁으로 보내졌다. 외할머니를 그전까지 본 적이 없었던 것은 분명 아닐텐데, 열 살 이전의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린 나는 외할머니가 사는 동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건 외할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