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TERY/2ch

[괴담][2ch]타니가와다케 골짜기의 밑바닥

MI_TE 2023. 2. 19. 10:44

이런 황금연휴 중에 "타니가와다케" 라는 단어를 봤으니,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건 제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부모님과 성묘를 갔다 오는 길목에 타니가와다케에 갔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도쿄에서 차를 타고 가서, 군마에 계시는 할아버지를 찾아뵙고 할머니의 불단에 향을 피운 뒤 할머니께서 잠들어 계시는 묘지에 들른 다음에 도쿄로 돌아가는 것이 평소 일정이었습니다. (군마에는 이모가 두 분 계셨고 할아버지는 이모분들과 함께 가시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지난번에 갔으니까 괜찮다" 라며 동반하시는 일은 적었습니다)

 

할아버지의 배웅을 받으며 차타고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묘지에서 성묘를 마친 후, 우리가족 3명은 타니가와다케에 들렀습니다. 

군마에 가는 날에는 테마파크나 장미원 같은 곳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날도 있고, 그날 타니가와다케에 간 것도 "군마의 관광지니까" 같은 이유겠네요.

 

할아버지 댁에서 묵고 간 날이었는지, 아침일찍 도쿄에서 출발한 당일치기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타니가와다케에 도착한 것은 아직 해가 높이 떠 있는 시간대였습니다.

 

타니가와다케라고 해도 본격적인 등산이 아니라, 가족들끼리 반바지나 운동화를 신고서 부담없이 오를 수 있는 지역입니다. 

 

케이블카에 탈 것도 없이, 주차장에서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정도의 장소였습니다.

 

저는 관광객들 사이를 헤치며, 반쯤 단독행동을 하듯이 위로 향하였습니다.

 

가끔 뒤돌아보면 아버지와 어머니가 손을 잡고 뒤에서 걸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계속 올랐습니다.

 

조금 더 가자, 더 이상 위로는 올라갈 수 없을듯한 넓은 곳이 나왔습니다.

 

다른 장소에 비하면 높이는 낮겠지만, 흔히들 말하는 정상이라고 할만한 곳이었습니다.

 

넓이가 있다고는 해도 매점이나 전망대도 없고, 그저 돌아가는 길 밖에 없는 장소.

 

낮인데도 날씨도 흐린데다가 어둑어둑해져서, 왔던 길보다 안개가 짙었습니다.

 

아버지가 "산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고 말씀하신게 기억에 남네요.

 

날씨가 좋았다면 경치가 좋았겠지만, 안개 때문에 사방이 하얗게 보일 뿐이었습니다.

 

저희가 있는 장소 이외에 다른 산은 주변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저는 이런 곳에 온 경험이 없었기에, 눈앞에서 안개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흘러가는걸 보고 "구룸에 닿는다~" 라며 안개를 손으로 잡을려고 시도했습니다.

 

저는 이 장소가 꽤나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시야도 나쁘고, 역시 이런 곳에서 신이 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에, 조용히 얌전하게 있었습니다.

 

딱히 할 일도 없었기에 돌아서서 주차장으로 돌아가면 됐습니다.

 

그리 생각하며 걸어가다보니, 있는게 당연할 땅이,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한발짝만 더 나가면 죽을, 그런 절벽 앞에 서있었습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제 눈앞에는 피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땅바닥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가끔 안개에 시야가 가려지기도 했지만, 지면과 다른 관광객의 모습도 보였는데, 눈앞에 갑자기 절벽이 나타난 것입니다.

 

완전한 심연.

 

상당한 높이의 절벽이 제 발밑에서 아래를 향해 뻗어 있었고 그 끝은 구름인지 안개인지 모르겠는 무언가로 인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게 그림책마냥 쿠션역할을 해줄 리도 없고, 떨어지면 절대 살 수 없을게 뻔했습니다.

 

아무리 초등학생이라 해도, 이런 위험한 곳에 서 있을 멍청이는 없을거라고 생각할만한 위치.

 

방금전까지 내 눈앞에 펼쳐져 있던 장소는 뭐였을까?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발 밑에 있는 심연에서 눈을 뗄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그 절벽에는 절벽에서 수직으로 나무 몇 그루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시계 바늘에 빗대어 말하자면, 3시 방향으로 수목이 쭉 뻗은 모양새였습니다.

 

방향감각이 90도 돌아서, 시야가 뒤틀리는 듯한 느낌.

 

자신이 지금 있는 곳이 절벽인지, 발 밑에 있는 면이 절벽인지, 그런 이상한 감각이었습니다.

 

어렸던 저는 산이라서 절벽에서 나무가 자라는 걸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나무들과 바위 표면을 따라, 이쪽으로 기어오르고 있는 형체가 몇 개 보였습니다.

 

눈 아래에, 멀리서 보인다고 해도 사람 치곤 조금 작은듯한, 원숭이 같은 검은 형체가

 

회색의 가파른 절벽

 

그곳에서부터 수직으로 뻗어있는 하얀 수목들, 그리고 그 아득히 아래에 펼쳐져 있는 구름(안개)

 

그 안에서 꿈틀꿈틀 기어오르는 검은 형체, 누가봐도 이세상 풍경은 아니였습니다.

 

여기에 이대로 있다가는 놈들의 손이 내 발에 닿을거야.

 

여기에서 떨어진다면, 손에 꼽는 수준으로 자란 저 수목들에 걸려서 살아날 확률은 0이겠지.

 

바로 아래에 펼쳐져 있는 절벽 밑의 구름 부분까지 곤두박질 쳤을거야.

 

그렇게 생각할 뿐 몸은 움직이질 않았습니다.

 

그 뒤의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제대로 부모님과 같이 주차장까지 돌아갔습니다.

 

그 장소의 이름이 타니가와다케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내가 성인이 되고 나서의 일.

 

그때 그 일이 궁금해서 제가 어머니에게 "어렸을때 군마에서 들렀던 안개가 짙게 낀 산을 뭐라고 불러?" 라고 물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옛날의 사고와, 사망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돌아가신 모든 분께 진심 어린 조의를 표합니다.

 

타니가와다케 뿐만 아니라 그 밖에도 에피소드가 있습니다만, 첫 투고인 관계로 일단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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