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다가오는 습기 많은 끈끈한 공기는 암울한 혜정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좁고 굴곡 많은 보스턴의 거리를 지나 형부의 맨션이 가까워지자 혜정의 불안은 더욱 커졌다.
‘실종된 지 두 달이나 되었다니!’
언니로부터 소식이 끊긴 것은 두 달쯤 전이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 아니던가. 혜정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 형부로부터 언니의 가출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진작 연락을 취했어야 하는 건데…….”
침통한 형부의 야윈 얼굴에 돋은 푸른 힘줄을 바라보며 혜정은 자책감을 주체할 수 없어 울음을 터뜨렸다.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 모두 내 잘못이야.”
형부는 죄인처럼 고개를 떨구었다.
형부가 따라 준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울음을 진정시키던 혜정의 두 눈이 갑자기 커졌다. 혜정이 속으로 부르짖었다.
‘카시오페이아!’
순간 혜정은 집 모양이 전과 달라져 있음을 깨달았다. 지난해 시카고에서 박사 논문을 끝내고 들렀을 때는 거실 한쪽 벽에 책꽂이 하나가 깊이 들어갈 만한 구멍이 두 개 있었는데 이제 보니 하나밖에 없는 것이다.
“형부! 어째서 구멍이 하나뿐이죠? 작년엔 구멍이 둘이었는데요.”
혜정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맛도 모른 채 와인을 다시 한 모금 마셨다. 카시오페이아. 수많은 W자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술잔을 비운 형부는 갑자기 침통한 기색을 지우고 상쾌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구멍 쪽으로 걸어가 야릇한 웃음을 띠고 말했다.
“그렇지. 구멍이 두 개였지. 그런데 남은 구멍 하나도 오늘 주인을 만난 것 같군. 이 구멍은 의심 많은 아가씨가 눕기에 안성맞춤이란 밀야.”
소스라치게 놀란 혜정은 일어서서 도망치려 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와인 잔이 바닥에 떨어졌고 혜정의 의식은 희미해지고 있었다.
거실의 서랍장 위에 골프채와 장식품 가죽공이 놓여 있었다. 살색 가죽공에는 카시오페이아 별자리 모양의 W자 점 다섯 개가 찍혀 있었는데, 혜정이 언니의 등에도 바로 똑같은 모양의 점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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